겨 울 잠 / 김경봉
나무들이 겨울잠을 자려하고 있다.
거추장스러운 것들은 다 털어버리고
새 날을 꾸려갈 것들만 몸속에 꼭꼭 채워 넣고
잠들 준비를 하고 있다.
사람도 힘이 들면 겨울잠을 자면 안 될까?
한숨 푹 자고 툭툭 털고 일어날 수 있는 것이었으면
그렇게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것이었으면
그렇게 꿈꾸듯이 슬픈 계절은 지나가 버리는 것이었으면
창밖엔 벌써 찬바람이 다가와 있다.
올 겨울은 꿈꾸듯이 나무처럼 겨울잠을 잤으면 좋겠다.
세상의 짐, 상처 입은 마음은 털어버리고
슬픈 마음, 미움은 잠재우면서
봄을 꿈꾸며 겨울잠을 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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