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

검지에게

金 敬 峯 2009. 1. 7. 20:23

      검지에게

      김 경 봉

       

      검지가 아프다.

       

      매일 혼자 수고를 다하더니 병이 났다.

       

      마우스를 하루 종일 쥐 잡듯이

       

      탁탁 두드리더니 자가품이 났다.

       

       

       

      언제나 2인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고

       

      중지의 서양 욕설을 참아내느라 욕을 보고

       

      공연히 좋은 일 하느라 가리키고도

       

      나머지 세 손가락의 배신으로

       

      누명에 찬 소리를 듣는다.

       

       

       

      주인의 충직한 신하로 게으름이 없어

       

      언제나 따르지 않는 곳이 없다.

       

      음식 수발이며, 수려한 서체와 화풍을 갖추는데

       

      검지 없이 어찌 모양새 있게 이뤄낼 것인가.

       

      영광은 엄지에게, 사랑은 약지에게 양보하고

       

      오늘은 겨우 반창고로 위로 받는구나.

       

       

       

      세상의 틈새에 끼어

       

      묵묵함을 자랑으로 살아가는 자여!

       

      영광과 사랑받기를 기다릴 여유도 없이

       

      인생의 수레바퀴를 밀고 있구나.

       

       

       

      오늘은 너의 아픔 덕분으로 모두가 쉬는구나.

       

      얼굴과 이름 드러내기 좋아하는 인사들

       

      뉘 덕분인지 알기나 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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