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풀에게 / 경봉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
너는 이미 지구촌 한 가족이었다.
나와 내 동족의 주린 배를 채우게 해준 것도
모든 젖먹이들의 어미의 젖을 솟아나게 하고
자손을 번성하게 한 것도 너의 공이다.
해와 달 별님의 도움으로 길일을 받아
이세상에 얼굴을 내민
나도 꽃
너도 꽃이다.
우주와 지구별 역사의 한 점을 책임질
숙명을 가지고 거룩하게 이 땅에 나타났다.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지구별에 씨를 뿌릴 책임을 가지고 태어났다.
너는 알지?
모든 움직이는 족속들은 망각의 생명임을
제 몸속의 곳곳에
들풀, 네 생명이 같이 살아있음을 모르는
저만 잘난 동물들!
너의 깊은 뜻은 모르고
네가 피워낸 원색의 꽃에만 환호하는 것들.
그래! 너도 꽃, 나도 꽃이다.
너와 나의 소임이 끝나면
같은 지구별 속에서
별과 달을 보면서 이야기 하겠지
우리 모두 살아있음을 즐겼노라고.
2013. 5월29일 새벽
지나가는 봄을 잡고 들풀에게 묻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