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 담 / 이문재 농담 / 이 문 재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 쳤을 때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그윽한 풍경이나제대로 맛을 낸 음식 앞에서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그 사람은 정말 강하거나아니면 진짜 외로운 사람이다. 종소리를 더 멀리 보내기 위.. 시 마을 2009.05.28
평화 / 김남조 평화 / 김남조 누구라도 그를 부르려면 속삭임만으로는 안 된다 자장가처럼 노래해도 안 된다 사자처럼 포효하며 평화여, 아니 더 크게 평화여, 천둥 울려야 한다 그 인격과 품위 그의 출중한 아름다움 그가 만인의 연인인 점에서도 새 천 년 이쪽 저쪽의 최고 인물인 평화여 평화여 부디 오십시오라고.. 시 마을 2009.05.27
혼자 사는 어머니 / 이생진 혼자 사는 어머니 / 이생진 나이 70. 1929년생 일제 강점하에 태어난 것도 얼울한데 말년엔 남편 중풍으로 쓰러져 3년 동안 간병하느라 다 죽어가던 세월 영감을 산언덕에 묻고 나니 휘휘 방안엔 찬바람만 그득하다고 그래도 아침엔 동백꽃처럼 단단하다가 저녁엔 호박꽃처럼 시들해진다며 아랫목에 누.. 시 마을 2009.05.12
이별 노래 / 정호승 이별 노래 정호승 떠나는 그대 조금만 더 늦게 떠나준다면 그대 떠난 뒤에도 내 그대를 사랑하기에 아직 늦지 않으리. 그대 떠나는 곳 내 먼저 떠나가서 나는 그대 뒷모습에 깔리는 노을이 되리니. 옷깃을 여미고 어둠 속에서 사람의 집들이 어두워지면 내 그대 위해 노래하는 별이 되리니 떠나는 그대.. 시 마을 2009.05.12
배려 / 채린 배려 / 채린 빚은 모습 그대로 읽는 내 눈 탁류 한소쿠리 보듬는 내 마음 어긋나고 삐뚤지라도 사랑사랑 모두 퍼담는다 노을 고운 저녁 물빛 맑은 강가에 서면 용해되어 사르르 은파로 피어난다 말간 물빛에 물이 든다 배꽃보다 더 새한 청리(靑梨)로. ..................................................................... 시 마을 2009.05.06
4월의 노래 /박목월 "4월의 노래 - 박 목월" 4월의 노래 박 목월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돌아온 4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 어린 무지개 계절아 목련꽃 그늘 아래서 긴 사연의 편질 쓰.. 시 마을 2009.04.02
치마 / 문정희 치마 - 문정희 벌써 남자들은 그곳에 심상치 않은 것이 있음을 안다. 치마 속에 확실히 무언가 있기는 있다. 가만 두면 사라지는 달을 감추고 뜨겁게 불어 오는 회오리 같은 것 대리석 두 기둥으로 받쳐 든 신전에 어쩌면 신이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은밀한 곳에서 일어나는 흥망의 비밀이 궁금하여.. 시 마을 2009.03.01
사랑시 3편 / 김소월,윤동주,김춘수 [현대시 100년-사랑의 詩] 김소월/‘먼 후일’ 먼 훗날 당신이 찾으시면 그 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훗날 그 때에 “잊었노라”》 세상의 모든 사랑은 영원성을 .. 시 마을 2009.02.21
외딴 산 등불 하나 / 손택수 외딴 산 등불 하나 / 손택수 저 깊은 산속에 누가 혼자 들었나 밤이면 어김없이 불이 켜진다 불을 켜고 잠들지 못하는 나를 빤히 쳐다본다 누군가의 불빛 때문에 눈을 뜨고 누군가의 불빛 때문에 외눈으로 하염없이 글썽이는 산, 그 옆에 가서 가만히 등불 하나를 내걸고 감고 있는 산의 한쪽 눈을 마저.. 시 마을 2009.02.18
봅비 / 심훈 (김경숙의 영상편지) 김경숙의 영상편지(2009년2월16일) 봄비 / 심훈 하나님이 깊은 밤에 피아노를 두드리시네 건반 위에 춤추는 하얀 손은 보이지 않아도 섬돌에, 양철 지붕에, 그 소리만 동당 도드랑 이 밤엔 하나님도 답답하셔서 잠 한숨도 못 이루시네 마른 가지에 매달린 눈물인줄 알았습니다 몸살을 앓으며 여린 솜털을 .. 시 마을 2009.02.18